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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Column] EZ-Link, 도서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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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 다니면서 과중한 일에 대한 부담을 감내하며 문학을 비롯한 예술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했건만 아직도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심정입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직장인으로서의 삶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은 이유가 클 것입니다. 영화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직장인으로서의 한계 때문이기도 합니다. 흔한 비유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손바닥 위의 모래를 오래 간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손바닥을 펼쳐도, 주먹을 그러쥐어도 안 됩니다. 모래가 손바닥을 벗어날 때마다 약간씩 손바닥을 툭툭 치듯 오므리는 게 최선입니다. 여기서 손바닥을 오므리는 행위는 일종의 ‘자발적 자극’입니다. 무한정 손바닥을 넓게 펼쳐도 모래는 빠져나가기 마련이고, 오므리면 오므릴수록 모래는 손가락 사이로 스르르 비집고 나가버리고 말지요자극, 주기적으로 손바닥을 그러쥐는 그 행위가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다소 긴 시간이 걸리는 책보다는 단 두어 시간만 할애하면 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온전히 공유할 수 있는 영화에 매료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모든 예술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탐미적 기능이나 쾌락의 목적도 있겠지만, 삶의 자극제로서 역할도 하니까요. 영화는 종합예술이니만큼 스토리텔링뿐 아니라 영상과 음악, 하다못해 내러티브Narrative라 할 수 있는 감독의 ‘스타일’도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이를테면, 뮤지컬에서 동일한 배역의 두 주연이 공연을 달리하며 같은 무대에서 같은 음악으로 각자 연기를 해도 전혀 다른 작품과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하듯이 말이죠. 주연만 바뀌어도 전혀 다른 작품으로 다가오는데, 영화는 너무도 많은 분야에서 변화와 시도가 가능합니다. 여기서 연출자와 스태프의 역량이 발휘가 되는 것이죠. 다양한 시각으로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영화가 지닌 잠재력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근자에 들어 조금씩 달리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두 시간 내외에 메시지를 읽고 감동에까지 이르는 그 경험도 소중하지만, 얼마나 오래 그 기억이 지속되는가의 문제를 생각해봅니다. 물론 영화 속 음악도 영상도, 배우의 연기도 오래 뇌리에 남기는 하지만, 한 순간의 감동을 주체적으로 취하는 점만 놓고 볼 때 책보다는 제한적인 장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그것입니다. 비록 조금 더 긴 시간이 걸리지만 책은 사색의 기회를 주는 기회만큼은 영화보다 더 빈번하고, 또 오로지 자유의지에 따라 가능합니다. 예컨대, 한 문장에 매료되어 잠시 책을 덮고 상념의 물꼬를 트는 기억들이 대표적일 것입니다. 한 가지 더 꼽자면, 작가주의 영화가 설 땅이 갈수록 좁아지는 현상도 영화보다 책에 더 손길이 가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사실 볼 만한 영화가 없다는 것도 책에 더 가까이 다가간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난 주, 한국에는 전격적으로 도서정가제가 실시됐습니다. 싱가포르야 원체 책값이 비싼 편이고 이미 오래 전부터 정가제가 보편화되었지만, 사실 그 동안 한국의 인터넷은 시장 선점과 많은 인터넷기업이 난립한 상태에서 출판시장을 흩뜨리게 하는 할인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정가제가 발효되기 전 날에 기어코 사고를 쳤습니다. 책값을 50% 할인하는 마지막 기회라고 해서 무턱대고 해당 목록에 있는 책 중에서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해서 다량구매를 했습니다. 서점에 들러서 오랜 시간 동안 머물면서 한두 권씩 사고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읽는 기쁨을 누리다가, 스무 권도 넘는 책을 한꺼번에 주문을 한 것입니다. 수년 전, 책장에 잠자던 책을 고향 도서관에 기증을 한 후 곳곳에 빈 곳이 더러 있었는데 이제는 좀 메울 수 있게 됐고, 더 많은 자극과 상념의 깊이를 지닐 수 있을 듯하여 한시바삐 주말이 오기를 학수고대했습니다.
 
책은 언제라도 생각을 깊게 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깨치도록 합니다. 때로는 혼돈스럽고 길을 헤맬 때 정돈된 느낌을 주거나 멀리서 등불을 비쳐주는 책을 멀리할 이유는 더더욱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이 인터넷에 있다고 하지만, 책장을 넘기고 때로는 밑줄을 긋거나 책의 여백에 단견들을 적기도 하고, 또 먼 세월이 지나 다시 책을 펼쳤을 때 옛 기억이 새록새록 돋는 그 기쁨은 책만이 줄 수 있는 덕목이 아닐까요. 그래서 득달같이 책을 한꺼번에 주문했는데, 이를 지켜본 친구가 이르길, 차라리 도서관을 이용하는 게 어떠냐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도서관에 안 간지도 꽤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싱가포르는 각 지역의 커뮤니티 센터마다 도서관이 있습니다. 그것도 이지링크EZ-Link 카드만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도서정가제 어쩌고 하면서 이런 해프닝을 벌이고 나니,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고 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이 들더군요. 싱가포르에 사시면서 종종 도서관에 가보세요.
(201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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